<현기증> 트라우마를 다룬 심리 스릴러 걸작
1. 트라우마로 고소공포증이 생긴 형사
샌프란시스코의 형사 존은 용의자를 추격합니다. 동료 경찰과 함께 지붕 위를 건너뛰어가며 용의자를 쫓던 중 동료 경찰이 지붕 아래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존은 이에 대한 트라우마로 고소공포증이 생기고 맙니다. 조금이라도 높이가 있는 곳에 가게 되면 현기증이 생겨 제대로 형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는 결국 형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런 존에게 옛 친구 개빈이 나타나 자기 아내를 몰래 미행해 달라고 하는 이상한 부탁을 합니다. 자기 아내가 유령인지 뭔지 모를 것에 홀린 것 같다며 탐정을 쓰는 게 낫다고 하는 존에게 기어코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존은 친구의 부탁이기도 하기에 일단 미행하며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존은 개빈의 아내 매들린을 미행하기 위해 그녀가 가는 곳을 모두 따라갑니다. 그런데 정말 매들린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계속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던 중 바닷가에 뛰어드는 매들린을 보고 놀라 직접 뛰어들어 그녀를 구하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인연이 됩니다. 존은 매들린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원인을 파헤치려고 노력하지만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그녀의 증상은 심해져 가기만 합니다. 결국 높은 곳이라 고소공포증으로 인한 현기증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존을 뒤로하고 매들린은 교회 종탑에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매들린의 자살로 충격에 빠진 존은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했다 나오게 되고 퇴원 후 길거리에서 매들린과 똑같이 닮은 여자인 주디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매들린을 쏙 빼닮은 그녀와 또 다른 인연을 맺게 되는 존은 매들린의 죽음에 대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2. 히치콕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
영화 현기증은 앨프레드 히치콕의 엿보기 3부작 중 하나인 작품으로 1958년 제임스 스튜어트와 킴 노박을 주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247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 수익으로 겨우 779여만 달러만 벌 정도로 흥행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평도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지나 재평가를 받게 되면서 걸작으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히치콕은 흥행도 평가도 좋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을 괜히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돌렸는데 그가 너무 늙어 보여서 실패한 거라는 이상한 핑계를 댄 것입니다. 그 이후로 히치콕은 제임스 스튜어트를 고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이에 대해 매우 상심했다고 하는데 할리우드에 흔하지 않은 인격과 품성을 지닌 제임스 스튜어트기에 그런 얘기를 듣고도 그냥 상심만 할 뿐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현기증은 히치콕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로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그의 금발 여배우 선호에 있습니다. 그는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매번 아름다운 금발의 여배우를 고용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배우들과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던 히치콕의 마음과 달리 여배우들은 몇 편을 찍은 뒤 떠나게 되자 히치콕은 이에 대해 꽤 많이 속상해했고 이때의 경험을 영화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현기증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매들린이 바로 그가 떠나보냈던 금발여배우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매들린이라는 극 중 이름도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과도 비슷하고요.
현기증에서는 빼어난 연출기법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기법들은 후에 많은 후배 감독들이 사용하기도 했고 헌정하는 마음으로 오마쥬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카메라 렌즈를 확대하며 발생하는 효과로 찍은 장면은 현기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남주인공 존의 현기증 증상을 표현할 때 그의 느낌을 관객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3. 뛰어난 연출력과 아름다운 영화음악
영화 현기증은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으로 당시에는 흥행과 평가에 실패했지만, 후대에 재평가받게 되며 히치콕의 가장 유명한 걸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화 사이코에서 함께 작업했던 음악감독 버나드 허만의 멋진 음악도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데 영화 OST 중 Love Theme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곡입니다. 후대에 많은 영화가 이 영화의 장면들을 헌정하여 찍기도 하였고 다른 매체들에서도 현기증은 자주 거론되는 영화입니다. 그만큼 많은 영향력을 지닌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완벽주의자 히치콕이기에 가능한 뛰어난 연출 기법과 카메라 촬영이 돋보이는 낭만적인 영화로 히치콕 영화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는 심리 스릴러 걸작입니다.